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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형님이 하신 그 진리의 말씀 "I'll be back"

ㅇㅅㅅㄷ 아저씨

by RetroT 2023. 6. 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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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2021년 2월9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사설'입니다. -

 

"터미네이터 2 (1991)" 벌써 30주년!


"I’ll be Back."

항상 한 해가 시작되면 습관적으로 10년 전, 20년 전... 그렇게 10년 단위로 어떤 영화가 개봉했는지를 추적하는 나만의 신년 맞이 세리머니를 하곤한다. 그리고, 올해는 너무 대박이라서 숨이 막힐 뻔했다. 설마 그날이 왔다고? 그렇다, 이런 날도 오는 것인가 보다.


올해는, I’ll be back을 .... 읊조리던 ‘아놀드 형님’의 우주 대 히트작 '터미네이터2'가 개봉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며칠 전에 동생에게 물어봤다. 고민하지 말고 인생 영화 3가지를 빨리 말해보라고.... 의외로 동생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이터널 선샤인, 에이리언 2 그리고 마지막으로 터미네이터 2”라고 말이다.


40대 남성들에게 아니,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터미네이터 시리즈, 아니 꼭 집어서 ‘터미네이터 2’는 3대 영화는 아니어도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영화로는 기억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1991년 여름, 영화가 개봉하던 그 날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찌는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날이 고딩 1학년이었던 나에겐 쉽게 쌩 깔 수 없는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공부와 원수지간이긴 했지만, 고민은 많이 했었다.

 

"터미네이터 2를 선택하면 나는 꼴찌에서 5번째에서 아예 꼴찌가 된다."하지만, 나는 모험을 했다.


나는 형과 함께 당당하게, 심지어 교복을 입은 채 개봉 첫날 관람이 주는 설레는 맘을 수학 공식 대신 품고 영화를 관람했다. 물론 다음날 시험은 제대로 망쳤지만, 남은 내 생의 수십 년간 머릿속에 기록되고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커다란 추억 한 줄을 진하게 쌓았기 때문에 절대 후회는 없다.


‘심판의 날’이라는 묵직한 부제는 그 닉 값을 충분히 해냈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롤러코스터를 탄 5분마냥 순삭 되었다.
그렇게 1편보다 나은 2편이 없다는 말을 씹어먹었던 ‘터미네이터 2’

 

I'll be back.
 

하지만,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 사업은 결론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 텀을 두고 이어진 3편, 4편, 5편, 그리고 최근의 다크 페이트까지 .... 이제는 수습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30년 전만 바라보게 만든다.

 

올 7월이 되면(30주년) 많은 사람의 입에서 ‘터미네이터 2’가 소환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구관이 명관’이라며 그 이후에 나온 영화들을 물매질하고 난도질할 것이다

“I’ll be Back” ....?
때로는 돌아와서는 안 될 것들이 돌아와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것들을 우리는 ‘망령’이라 부른다.

터미네이터 1편과 2편은 같은 감독이 만든 정말 제대로 된 시리즈였다. 앞뒤의 아귀가 정말 잘 맞았었고, 1편에는 없었던 기술들이 적용된 2편에는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졌으며, 결국 그것을 보는 관객들에게 엄청난 감동과 짜릿함을 선사해 주었다.

제임스 카메룬(James Francis Cameron, 1954년생)

‘제임스 카메룬’

 

그는 엑스 세대들에게 시대가 나은 엄청난 ‘크리에이터’로 추앙받아 마땅하다. 그런 그가 최근에 만든 ‘아바타’를 기억하는가?
이 또한 믿기 힘들지만, 이 영화도 개봉한 지 무려 12년이 지났다. 그리고, 내년에 개봉할 2편에 대한 기대 속에는 작은 불씨만 한 불안함이 잠들어 있다.

 

과연 우리는 아바타 2편에서 아바타 1편을 뛰어넘는 기술적 혁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아바타 1편을 뛰어넘는 감동과 희열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 '터미네이터2'처럼 말이다.....

 

예언한다.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터미네이터 1편과 2편 사이의 제작공백은 7년이다. 그리고 그 사이의 기술적 혁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건 1편과 2편을 본 세대들은 분명히 몸으로 느꼈으며, 요즘 세대들도 충분히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자 아바타는 어떨까?
아바타 1편과 2편 사이의 제작공백은 무려 12년이다. 같은 ‘제임스 카메룬’ 만드는 작품이며 비교하기 참 좋은 샘플이 될 것이다.

과연 7년이 주었던 짜릿함을 뛰어넘는, 아니 그 정도의 ‘감동과 기쁨’을 12년짜리 아바타 2편은 줄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놈의 세상이 그렇다.
우리 눈과 귀는 7년간의 ‘내공’보다도 5년이나 긴 텀을 가진 12년간의 ‘내공’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응?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지난 100년간의 기술적 혁신이 지난 1000년 동안 이루어진 것보다 더 많았다....라는 이야기에는 ‘함정’이 있다.
기술의 발전이 ‘감동의 발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기술의 발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오감은 무뎌진다는 것도 문제다. 나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아바타 2편’을 까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제임스 카메룬’이기 때문에 분명히 엄청 재미있는 영화를 들고 올 것이 분명하다. (나 또한 너무나도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고 우리의 감각은 점점 무뎌진다. SF 영화, 즉 특수효과가 재미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영화들에서 우리는 앞으로 감동의 진폭이 점점 낮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I’ll be back“


때로는 돌아오지 말아야 할 것들이 돌아온다. 터미네이터 2 이후의 시리즈들이 그러했고, 돈에 눈이 멀어서 만들어진 수없이 많은 ‘콘텐츠 프랜차이즈’들이 그 길을 따라서 망령이 될 것이다. 기술은 점점 발전하겠지만, 우리의 눈과 귀는 그것의 차이를 점점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 4D 5D 6D...를 가져와도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고딩 시절 ‘정치/경제’시간에 배웠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게 될 것이다.

팬데믹의 감옥 속에서 사람들은 편한 모바일 예매를 통해 극장의 좋은 자리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는 이 최소한의 프로세스도 거세당하고, 침대에 불량하게 옆으로 누워 졸린 눈을 하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 습관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즐거움’ ‘감동’ ‘기쁨’을 쥐어짜서 로켓 배송으로 문 앞에 배달해 주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의지가 없는 개인의 눈과 귀를 자극해 얼레고 달래며 떠먹여 주어서 감정의 동요를 일으켜야 하는 시대를.... 말이다.

 

그냥 한번 막 나가봤다. ‘터미네이터 2’에서 ‘사라 코너’가 미래의 핵전쟁으로 인류의 평범한 일상이 잿더미가 되는 장면을 꿈에서 보는 것처럼.... 말이다.

터미네이터2 중에서 사라코너의 핵전쟁 꿈 장면

I’ll be back.  


어쩌면 꼭 돌아와야 할 대상은 영화의 후속편이 아니라 그 영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터미네이터 2’를 다시 보면서 그날 그 영화관의 내 모습을 떠올려 봤다.


“이 영화가 내일 시험을 포기한 내게 엄청난 즐거움을 줄 것이다”

 

...라는 도박장 속에서 마지막 게임을 하는 절박한 게이머처럼 .... 호기심과 간절함으로 뭉쳐진 액티브한 감정 덩어리를 가슴에 간직한 내 모습을 말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꼭 돌아와야 할 것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주’와 ‘기술’을 뛰어넘는 ‘진정성’


제임스 카메룬이 ‘터미네이터 2’를 만들 때 돈을 벌어야 하니까, 성공한 1편의 후속작을 만들어야 해! 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1편의 완벽하고 멋진 세계관을 기가 막히게 이어갈 멋진 시나리오와 배우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구현할 기술이 막 손에 들어왔던 것이다. 와우!


꼭 이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하는 ‘진정성’ 이것이 돌아와야 한다.

 

다른 것을 희생하면서도 이것을 선택해야만 하는 ‘불타는 호기심’ 이것이 돌아와야 한다.

 

I’ll be back.
사실 이 이야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하는 말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공감한다면'''''.

찌찌뽕.

 

 

- 이글은 2021년 2월9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사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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