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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는 부활했지만, 소리바다는 침몰한다. 왜?

ㅇㅅㅅㄷ 아저씨

by RetroT 2023. 6. 1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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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2022년 4월 7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최근 몇 년간 ‘싸이월드’는 부활의 신호탄만 쏘아대며 레트로 마니아들의 애간장을 녹여왔다. 그런데 이달 2일 드디어 앱이 오픈되며 일단 모바일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모양새로 글로벌 SNS들이 서슬 퍼렇게 날을 갈고 있는 치열한 아레나에 ‘토종’이란 수식어를 달고 등판에는 성공했다.

 

출처: 싸이월드Z 웹 홈페이지

 

하지만, 여러 차례 오픈 연기에 지친 유저들을 달래기 위해 무리수를 두며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 추억의 ‘파도타기’를 시도하려고 해도 아직 유저들이 없고, 핵심 콘텐츠인 ‘사진첩’ 서비스는 아직 들여다볼 수가 없다.

 

추억을 찾아 돌아온 연어 떼를 가둘 공간에 ‘고향’을 느낄 수 있는 향이 남아있질 않으니 모두 글로벌 SNS가 있던 원래의 바다로 돌아갈 판이다. 그렇게 ‘싸이월드 Z’의 ‘미래’는 텅 빈 ‘과거’로 인해 불투명한 ‘현실’이다.

미완성인 채로 오픈한 '싸이월드'

‘레트로 시대’를 맞이했지만, 싸이월드처럼 기사회생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원조 디지털 음원 유통 플랫폼’이었던 ‘소리바다’처럼 소리도 없이 가라앉는 배도 있다.

 

이달 4일 소리바다는 ‘서울회생법원’에 정식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후발주자이자 경쟁사인 ‘멜론’은 매년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소리바다의 시장 점유율은 5%가 채 안 되는 수준에서 매해 매출이 줄어 존재감을 상실한 지 오래다. 사실 요즘 친구들은 소리바다가 뭔지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마니아 입장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채 ‘레트로/복고’ 마케팅을 바라보면 이런 그림이 보인다.

 

만약 ‘소리바다’가 ‘싸이월드’처럼 모바일 시대의 도래와 함께 시원하게 망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레트로 여신의 은총이 덩달아 내려졌을 것이다.  사람들은 ‘좀비 영화’는 좋아할지언정 ‘좀비’처럼 매력 없이 그저 ‘삶’에 연명하는 ‘아이템’에는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는다. 차라리 불꽃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죽은 ‘시체’에 손을 얹어 눈 뜨게 하는 ‘기적’이 더 드라마틱한 것이다. (싸이월드처럼 말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유저’들은 그렇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좀비'컷

 

‘싸이월드’에 그나마 ‘부활’의 은총이 내려진 것은 그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시체였기 때문이고 그에게 ‘일촌’ ‘사진첩’ ‘파도타기’ ‘1세대 SNS’ 등과 같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불꽃 같은 ‘훈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바다’가 살 방법은 딱 하나다. 하루빨리 망하는 것이다.

 

지금 망하고 3년 후, 5년 후, 10년 후를 기약하는 것이다. ‘원조 음원 P2P’ ‘1세대 mp3 플랫폼’ ... 물론 싸이월드 보다는 턱없이 ‘훈장’의 개수와 등급이 낮지만, 그 시절 ‘소리바다’의 추억이 있는 유저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소리바다’는 더 늦기 전에 망해야 한다. 더 질질 끌면 불꽃 같이 뜨거웠던 기억 마저도 미지근해지는 법이다.

 

역설적이지만, ‘레트로’는 시체들에게 ‘부활’을 주지만 ‘좀비’들에게는 가혹한 ‘희망 고문’만 선사할 뿐이다.

 

‘기억’이란 오래되면 ‘디테일’이 깎여나간다. 그렇게 깎여나간 ‘기억’은 둥글게 ‘코어’만 남는다. 불꽃 같은 기억으로 훅을 주고 죽어야만 ‘부활’이 허락된다. 세월은 잔인하다. 가장 뜨거웠던 기억만 ‘추억’으로 저장하고 작은 잔가지는 모두 불태워 지워버린다.

 

‘소리바다’는 쓸데없이 오랫동안 연명했다. 10년 전에 망했어야 할 회사였다. 소리바다의 잔가지는 이미 모두 불태워졌고 그 코어도 곧 식어버릴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해지고 싶다면 지금 죽어야 한다.

 

예수는 세상에서 딱 33년을 살았고 심지어 그가 기적을 베푼 기간은 달랑 3년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성화, 그리스도의 부활(라파엘로)

레트로 여신의 축복은 ‘좀비’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굵게 한 획을 그어라.
그렇게 모두의 환호가 계속된다면 행복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들의 등을 두드리며 ‘삶’을 구걸하지 말아라.

 

죽음의 자리를 알고 미련 없이 떠나면 때가 돼서 환호했던 그들이 다시 손을 내밀 것이다. 

그때까지 그냥 죽어 있으라...

 

아 참, 여신의 축복 속에 ‘부활’의 은총을 입는다고 해도 ‘싸이월드’처럼 지저분하게 부활하지는 말자. ‘임팩트’는 다 끌어모아 딱 ‘한방’이어야 한다.

 

불꽃놀이의 불꽃은 밤하늘에 커다랗게 피어오를 때야 사람들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해운대 모레사장에서 취객이 터트리는 폭죽은 경찰서 민원만 불러올 뿐이다.

2011 서울세계불꽃축제 사진 중

2년 전 ‘싸이월드’는 63빌딩 옆에서 커다랗게 큰 원을 그리고 큰 소리로 빵 터지는 아름다운 불꽃이 될 고급 화약이었으나 지금은 이름 없는 바닷가에서 노니는 불륜 남녀들을 위한 폭죽으로 변해가고 있다.

 

불꽃놀이는 밤에 하는 것이다. 이제 얼마 후면 해가 뜬다.

 

과연 싸이월드의 시간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 이글은 2022년 4월 7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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