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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재 게임] 최초라서 다행이야, '신검(神劍)의 전설'

기획

by RetroT 2023. 6. 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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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2022년 1월 23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신검의 전설' 타이틀

 

 

한국 최초의 RPG게임으로 기록되어 천만다행이라는 평가받는 '신검(神劍)의 전설'을 알고 있는가?

 

1987년, 프로그래머 남인환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상용 롤플레잉 게임으로 의미가 크다. 놀라운 점은 개발자가 고등학교 재학생 신분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중학교 3학년 시절부터 게임을 제작해왔는데, 당시 인기 게임이었던 ‘울티마3’ 체험 후 직접 게임 제작을 하겠다는 열의를 다지게 됐다 한다. ‘신검의 전설’은 그 가 본격적으로 제작에 돌입한 프로젝트.

©'신검의 전설' 오프닝. 무단복제가 금지되고 있다는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불법 복제가 만연했다

 

수년 간의 개발 끝에 게임은 애플2용으로 개발에 성공, 우여곡절 끝에 게임개발사 ‘아프로만’과 정식 계약을 맺고 유통에 돌입한다. 하지만 저작권법이 전무 하던 당시 상황 속에서 정상적인 유통이 가능할 리 만무했다. 심지어 유명 게임 잡지에서는 ‘페르시아 왕자’의 암호표까지 삽입했을 정도이니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개발자인 남인환 역시 이 시기 수익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는 것을 보면, 그의 심경을 어렴풋이 이해할만하다.

 

‘신검의 전설’은 완성도에 있어서 완벽한 게임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 개발 게임의 불모지와 다름없던 한국 게임계와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는 공적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 최초로 상용화 된 게임이라는 의의는 불변의 진리로 역사에 깊이 새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제작된 게임들을 불법 복제해오던 수준에서 ‘게임 제작’이라는 최초의 시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발매 시기가 최초라는 점은 다른 맥락에서도 의미가 큰데, 온전한 한국형 RPG게임이었다는 점이다. 만약 ‘신검의 전설’이 아니었다면 최초 타이틀은 재미나 사의 ‘형제의 모험’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인 점은 ‘형제의 모험’이 일본의 인기게임 ‘마리오 브라더스’의 해적판이나 다름 없는 수준의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한국 최초 자리를 두고 시비될 수 있었던 불법저작권 논쟁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재믹스 사의 '형제의 모험', 유명 게임 슈퍼마리오의 해적판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었다.

 

게임의 내용은 전형적인 마왕 퇴치 스토리다. 게임은 초기 애플2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던 ‘울티마’ 시리즈의 영향을 꾸준히 받았기에 그래픽이나 구동 시스템은 비슷하게 전개된다. 일례로 게임에서 등장하는 왕의 이름이 개발자였던 본인 ‘남인환’으로 설정했던 점은 모티브가 된 '울티마' 시리즈 개발자가 본인을 게임 속 캐릭터로 구현한 점과 같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부실한 부분도 다수 발견된다. 가령 시야 확보를 위해 랜턴이나 지도를 장착하고 이동하는 경우,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로 활용이 가능하기도 했으며, 체력 회복을 위한 식량 역시 적용이 무효하게 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저들 사이에서는 ‘유통기한경과’라는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있었던 훈훈함도 있었다. 훗날 남인환은 식량을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면 배탈에 걸려 중독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이 있었다고 설명을 남기기도 했다. 고등학생이었던 개발자 1인이 제작한 게임이기에 상세한 매뉴얼 배포까지는 어려움이 컸던 것이다. 

 

이후 1995년 후속작인 ‘검의 전설 2 : 라이어’가 개발되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 게임은 당시 인기를 구가하던 ‘울티마7’의 그래픽과 플레이 방식이 유사했다. 남인환이 개발한 ‘아케인’ 역시 큰 흐름에서는 맥락을 가치한다. 아무래도 그가 처음 게임 개발을 결심했던 체험인 ‘울티마’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이치일 지도 모른다. 

©'신검의 전설 2'

 

아쉽게도 후속 시리즈 역시 불법복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실행을 위한 암호는 연속으로 세 가지의 질문에 답을 내야 했었는데, 이 퀴즈는 단 두 문항으로 구성되었기에, 여러차례 시도했을 경우 대부분 해답에 도달하게 됐다. 그 영향 때문이었을까? 출시 이후 처참할 정도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였음에도 인기게임 순위에서는 상위권에 랭크되는 아이러니를 격게 된다. 

 

'신검의 전설'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쟁취해주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의의가 크다. 물론 유명 게임의 영향을 받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만, 해적판으로 회자되는 게임이 '최초'의 국산 RPG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방어했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다.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철 지난 고전 게임을 즐기며 기분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Editor: 안지상

 

 

- 이글은 2022년 1월 23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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