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2022년 4월 12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이제 막 말을 시작하는 아이부터 중년을 넘어 흰머리가 잘 어울리는 할아버지까지, 우리나라에서 이 첫 소절을 모르는 이는 없다. 올해 탄생 46주년을 맞이하는 ‘불혹’을 훨씬 넘겨 이제는 ‘지천명’을 바라보는 ‘로보트 태권브이’는 아직도 청춘인 것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12일, 국내 최고의 ‘브릭’ 제조업체인 ‘옥스포드’는 자사 채널을 통해 ‘태권브이’ 브릭 출시를 깜짝 발표했다. 이 소식은 빠르게 블로그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며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 제품은 옥스퍼드가 2014년부터 전 연령대 특히 ‘키덜트’ 군을 노리고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브릭포매니아(Brck for Mania)’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옥스퍼드에서도 최선의 노력으로 기획한 제품이다. 특히 단순한 장식용을 뛰어넘어 동작 완구에 비할 만큼 가동성이 뛰어난 점을 어필하고 있다. 디테일도 뛰어나서 손가락이 움직일 정도이니 이 정도면 작정하고 마니아를 겨냥한 ‘키덜트’ 제품이라 해도 손색없는 완성도라 하겠다. 또한 최근의 ‘한정판’ 정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로보트태권V 스페셜 카드’ ‘스페셜 블록 액자’ ‘블록 거치대’를 포함하는 등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옥스퍼드는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유명 기업과의 ‘협업 제품’을 제작하는 등 이제는 품질에서 많은 자신감을 보이며 ‘키덜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으며 이번 ‘태권브이’ 제품은 선수?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일종의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에 ‘태권브이’는 요즘 핫한 ‘NFT’ 시장에까지 문을 두드렸다. 누가 봐도 ‘레트로 of the 레트로’ 아이템인 ‘태권브이’가 최신의 트렌드 투자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1976년의 오리지널 ‘태권브이’부터 2015년의 ‘마스터 태권브이’까지의 5가지 기본형 태권브이로부터 파생된 무려 10,000개 개체를 NFT 시장에 내놓은 것인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홀더들이 20.30세대라고 한다. 이들은 새로운 가상 시장에서도 ‘태권브이’가 가지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업계에서의 ’상징성‘이 충분한 가치를 생성할 것이라 보고 있다 전했고, 이를 계기로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가상 시장 진출의 활성화도 덩달아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종료된 45주년 기념 ‘태권브이’ 전 시리즈의 ‘블루레이’ 박스세트 펀딩 또한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 모이기도 했다. 총 7편의 역대 태권브이 극장판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필름을 모두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고화질로 복원한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의 필름 기반 애니메이션에서는 전무한 프로젝트로서 ‘태권브이’ 팬덤과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권브이’ 대형 피규어 제품을 자랑하듯 전시하는 개인 상점들이 셀 수 없이 많으며, 심지어 어떤 인기 여자 BJ의 촬영 스튜디오에 서 있는 ‘태권브이’ 피규어 한정판은 힙한 아이템으로 여겨질 정도로 ‘태권브이’는 적어도 ‘인지도’ 면에서는 넘사벽 차원의 막강한 IP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전에도 ‘태권브이’ 장난감은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만들어질 것이다. 개인 토이 디자이너들의 커스텀 작품으로도 여러 가지가 제작 판매될 정도로 ‘태권브이’는 단순히 ‘추억의 캐릭터’ 이상의 의미로 레트로 마니아들에게 자리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슈퍼로봇 캐릭터라는 타이틀과 함께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구가한 것은 물론이고 90년대까지 이어진 시리즈로 인해 전 세대에 걸쳐 폭넓은 팬덤을 형성했던 태권브이의 인기와 인지도는 ‘태권도’라는 소재 때문에 생명력을 더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는 협회 추산 9천여 곳의 ‘태권도장’이 운영 중인데 이들 도장의 운영을 맡은 관장과 사범들이 모두 ‘태권브이’ 세대이기에 이들에게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태권브이’는 ‘발차기’나 ‘품세’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도 ‘태권브이’의 폭넓은 인지도를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 인기의 ‘태권브이’는 또한 그만큼이나 많은 시련과 풍랑을 헤쳐 온 캐릭터이기도 하다. 90년대 말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 ‘공론화’된 ‘표절 시비’는 지금까지도 ‘태권브이’의 비상을 막는 발목에 새겨진 무거운 낙인이다.
일본 슈퍼로봇의 상징적 존재인 ‘마징가’의 외형을 많은 부분 차용 하다시피 한 ‘태권브이’는 이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당시의 시대상과 관행을 변명으로 삼기에 지금의 의식 수준은 너무 높기에 앞으로도 ‘태권브이’는 이 ‘낙인’을 지울 방법이 없는 것 또한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은 지독하게 강하다. 그중에서도 ‘소년의 추억’은 너무 돌 직구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지독한 상처다. 없었던 일 셈 치고 잊기엔 ‘추억’이 너무 소중하기에 상처를 감싸 안고 다들 자기 안의 그 해맑은 소년을 지키려는 것이다.
그렇게 45년이 흘러갔다. 그 소년들은 이제 할아버지의 문턱에 서 있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똑똑한 저들의 손가락질은 소년을 품고 있는 그들, 마니아의 가슴을 후벼 판다. 날은 예전보다 더 날카로워졌고 깊숙이 찔러온다. 하지만, 아픈 만큼 강해진다고 했던가. ‘태권브이’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시련 속에서 무뎌진 마음 위로 그들의 ‘꿈’은 더 커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작중에서 ‘태권브이’는 매번 마지막 한 방을 날리기까지 늘 고전하곤 한다. 지금이 과연 그 시기인지 아니면 마지막 한 방을 날리기 위해 뒤로 크게 팔을 돌리는 예비동작인지는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욕을 먹고 공격받으면서도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로 돌아오는 ‘태권브이’를 보면 ‘근성’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에 닿게 된다.
아직도 결론은 알 수 없으나, 매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예의 그 무표정한 모습으로 링 위에 오르는 이 녀석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나온다.
“그래 어쨌든 태권브이는 절대 지지 않지”
- 이글은 2022년 4월 12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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