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2021년 2월3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현재 OTT의 최강자라 불리는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한류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완성도 높은 장르 드라마 '스위트홈'
이 드라마의 성공을 견인한 '오래된 아파트'라는 설정에 직접적인 모티브가 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충정 아파트'
이 아파트는 대한민국에서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로 그 준공시기는 1932년에서 1937년 사이로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90살 가까이 먹은 노인이라고 보기에 굉장히 튀는 초록색의 옷을 입고있는 범상치 않은 자태를 뽐낸다.
재미있게도 서울에서 주택난 해소를 위해 아파트가 대안이 되어 전파된 것처럼, 30년대 당시에도 ‘조선’의 주택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시도 된 것이 바로 아파트였다. 역시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가. 그렇게 일본인 “도요타 다네오”라는 건축가에 의해 충정 아파트가 지어지게 된다.
사실 이 충정아파트는 많은 우역곡절의 드라마를 간직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서 광복무렵에는 호텔로 용도가 변경되고, 한국전 당시에는 지하에서 북한군에 의한 양민 처형장소로도 사용 되었다. 그렇게 계속 주인을 바꿔가며 호텔로 사용되다가 1975년에 들어서야 다시 주거용 아파트로 정체성을 회복한다. 하지만, 1979년 독재정권 당시, 도시개발 차원의 도로 확장공사의 희생양이 되어 건물의 일부가 사라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게 잘려나간 부분을 보수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야 재개발 대상지가 되었으나, 입주자간 입장차이와 보상금 지급에 난항을 겪어 결국 재개발 문서에는 먼지만 쌓인채 유야무야된다. 결국 이 아파트는 자의반 타의반 철거도 재개발도 멈춘 상태에서 ‘역사적 가치’ ‘미래유산’이라는 명목하에 영구 보존의 길을 걷게 되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90살 먹은 아파트에서 재건축도 하지 못한 채 계속 살 수 있을리 만무하기에 앞으로도 서울시의 여러 주택문제중 하나로서 계속 꼭꼭 찌르는 아픈 이가 될 것이다. 사실, 1층에는 각종 상점과 편의점까지 입점해있는 레트로한 느낌의 주상복합단지이며,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강렬한 초록색 외관의 그야말로 거대한 충정로의 '힙' 그자체이다.
아파트 내부에는 무려 50여 가구가 서울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있으며, 특이하게도 영화에서나 볼법한 ‘중앙정원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중앙난방을 위한 거대한 굴뚝이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 연출을 돕고 있다. 부동산을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다양한 크기의 원룸, 투룸으로 구성된 집들이 있으며 전세 월세 실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90살 가까이 먹은 이 초록색 아파트는 아직도 쌩쌩하다.
조선시대부터 존재했던 이 아파트에게 서울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묻고 싶은 마음으로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바라만 보았다.
- 이글은 2021년 2월3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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