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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계몽 영화 '써니' 10주년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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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troT 2023. 6. 1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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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2021년 4월 25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레트로 추억 영화’에 홀리다. #1

 

레트로 추억물 의 공로

 

몇 년째 이어지는 강력한 ‘레트로 붐’ 시대를 물밑에서 서서히 견인했던 ‘용사’들 중에는 반론의 여지없이 ‘영화’가 있다. 특히 주인공이 앨범을 펼치면 뭉게뭉게 BGM과 함께 과거의 학창 시절이 소환되며 시작되는 추억 영화들의 공로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레트로-타임즈’는 이들의 혁혁한 공로를 치하? 하고자 ‘짧은 기획’을 준비했다.(‘레트로 타임즈’는 앞으로 이런 부류의 영화를 ‘레트로 추억물’이라고 장르화하여 통칭한다.)

 

 

 

레트로 추억 영화에 홀리다’, 첫 번째 바통의 주인공은 바로 2011년 5월에 개봉한 ‘강형철’ 감독의 ‘써니’다.

 

*10년 전...
산업계, 문화계 전반에 ‘복고’ ‘레트로’ 그리고 이제는 ‘뉴트로’라는 단어까지 나타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옛날’을 그리워하고, 찬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5년 전에도 이랬을까? 꺄우뚱하다. 그럼 7년 전에는 어땠을까? 그렇다면 10년 전에는? 그때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모두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신기함에 혼을 빼앗기던 시대였으니...

아이폰 4(출시: 2010, 2011)

그렇게 웹2.0의 신세계가 펼쳐지던 거센 폭풍우 속에서 촌티 팍팍 오색 찬란한 ‘써니’가 떡하니 극장에 걸렸다. 모두 알다시피 그렇게 ‘써니’, 그녀는 흥행 열차를 타고 전국을 순회했다. 디지틀의 끝판왕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에 나타난 역대 최대의 '반전' 드라마였다.

 

필자는 늘 영화 ‘써니’가 우리 문화에 ‘복고’라는 화두를 던진 가장 큰 메이저 프론티어라고  손에 꼽는다. 지금은 T.V를 중심으로 ‘90년대’가 레트로-복고 문화의 모범답안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10년 전 영화 써니가 이끌었던 ‘복고 문화’의 중심은 바로 ‘80년대’였다.

 

*‘레트로’의 꽃 ‘80년대’
80년대는 전 세계가 경제 호황기였다. 70년대까지 우리네 삶 속에 기생하던 ‘배고픔’의 흔적은 사라졌고 배부르고 등 따신 사람들에게 ‘대중문화’라는 낯선 것이 거세게 찾아왔다. 쌀과 빵을 사고 남은 돈으로 영화,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70년대와 80년대를 칼로 베어내듯 자를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나는데, 바로 컬러T.V였다.

컬러T.V의 화면조정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색색의 패션이 춤을 추기 시작했고, 석탄처럼 시커멓던 교복과 모자는 다락방으로 사라져갔다. 그렇게 침침한 ‘흑백’의 세상에서 벗어난 ‘80년대’.

 

*‘컬러’라는 마법의 레트로 열쇠
영화 써니는 그때의 그 ‘컬러 감성’으로 관객들을 각성시켰다. 예리했다. 영화 초반,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나미’역의 ‘유호정’이 ‘심은경’으로 바뀌는 씬은 그야말로 짜릿함의 극치다. 모두가 똑같이 어두운 색깔을 한 지금 세대의 교복이 오색찬란한 사복의 80년대로 바뀌는 이  씬에서 관객들이 한결같이 느낀 한 가지는 바로 ‘복고가 주는 무지개 빛 자유’였다.

극중 '나미'의 등교씬

감독은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이 씬을 마치 ‘구속’에서 ‘자유’로 돌아가는 것처럼 연출해 보여준다. 바로 이 문제적 한 장면이 수백만 어른이들에게 “그래 이제 돌아가자”를 외치게 했던 트리거 역할을 했던 것이다. 훗날 ‘레트로 대유행’이라는 거대한 태풍이 될 나비의 날갯짓은 이렇게 10년 전에 이 장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감독의 센스가 작렬했던 씬이다.

교복 자율화

이것을 완벽하게 ‘자유의 이미지’로 만들어서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복고감성’을 긍정하는 세포를 심어놓은 것이다. 감독은 지금 세대의 ‘교복’이 70년대의 일본식 ‘교복’과 무엇이 다른가를 우회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이 질문의 차원에서 보자면 이 장면에서 유호정 옆을 거니는 학생들의 교복이 70년대의 그것으로 대치되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극중 '여고 점심시간'

 

또 이어지는 여고의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물론 영화적 과장이 덧칠되었겠지만, 이 장면을 본 기성세대는 ‘추억보정’이라는 프로세스를 걸쳐 학창 시절의 낭만과 자유를 한없이 그리워하게 되었고, 그 시절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십대’들은 이 장면을 통해 ‘입시지옥’이라는 감옥에 갇혀있는 자신들의 신세를 확인하며, 훗날 ‘힙지로’를 유랑하는 뉴트로 마니아가 될 자신들의 운명을 느꼈으리라.

극중 '여고 점심시간'

‘써니’는 이렇듯 지금 같은 획일화 된 교복이 없던 80년대를, ‘컬러’라는 매력적인 ‘키’로 사용하여 ‘레트로’로 향하는 문을 연 것이다. (칭찬해, 칭찬해)

 

*써니(Sunny)
영화 ‘써니’는 다른 ‘레트로 추억물’에 비해 ‘팝송’의 비중이 높다. 심지어 영화 제목이 ‘Sunny(가수:Boney M)’다. 우울한 비가 내렸던 어제까지의 내 인생에 밝은 빛이 되어준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 삶에 비가 내려 흠뻑 젖어있을 때 ‘레트로’는 ‘써니’와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보니.엠 '써니'(1979)

‘써니’. 올해는 이 영화가 우리 곁에 다가 온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해 5월의 봄기운처럼 ‘써니’가 우리에게 준 80년대의 포근함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적당한 온기를 품은 채 아직도 그리고 10년 후에도 ...그대로 일 것이다.

 

Sunny, yesterday my life was filled with rain.
써니, 어제 나의 삶은 우울함으로 가득 했었어요
 
Sunny, you smiled at me and really eased the pain
써니, 나에게 주는 당신의 미소가 진정 고통을 지웠네요.
 
The dark days are gone, and the bright days are here
힘든 날은 지나가 버렸고 밝은 날이 다가 왔어요
 
My sunny one shines so sincere
나의 태양, 당신은 너무나도 밝게 빛나요
 
Sunny one so true, I love you
써니, 오직 단 하나의 진실은,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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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Sunny)
개봉: 2011년 5월 4일
각본, 감독: 강형철
출연: 과거(민효린, 김보미, 김민영, 남보라, 강소라, 심은경, 박진주)
          현재(김선경, 고수희, 이연경, 진희경, 유호정, 홍진희, 윤정)
상영시간: 124분(일반판-15세 이상), 135분(감독판-청불)

관람객 수: 7,453,586명

 

 

 

- 이글은 2021년 4월 25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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