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에서 80년대는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개봉 영화 ‘1987’의 촬영 뒷이야기나 제작기를 보면 ‘80년대’를 고증하는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시리즈의 레전드를 찍은 ‘응답하라 1988’의 경우도 가벼운 휴먼터치 드라마이지만, 실제로는 고증의 어려움 때문에 스태프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알려져 있다.
분명한 ‘수요’는 있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불분명한, 이들 과거를 재현하는 레트로 드라마들은 2000년대 초반이나 그 언저리에서 멈추어야 그나마 고증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오랜만에 ‘80년대’라는 그 가시밭길을 선택한 용감한 전사가 등장해 화제다.
이달 3일부터 방영되는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연출: 송민엽, 이대경, 극본: 이강)’은 이미 오래전부터 레트로 마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작품이다. 심지어 이 작품은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를 그리고 있으니 무려 40년도 더 전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라 고생의 농도는 훨씬 짙다.
게다가 우연히도 주연을 맡은 ‘이도현’은 작년에 방영한 드라마 ‘18 어게인’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타임슬립 하는 과거 주인공 역을 맡은 바가 있는 ‘레트로 드라마‘ 경험이 있는 배우이다. 또한 상대역의 ‘고민시’와는 ‘넷플릭스’ 대작 드라마인 ‘스위트 홈’에서 남매로 함께 출연한 인연도 있다. 여자 주인공인 ‘고민시’ 역시 현재 떠오르는 차세대 유망주로서 ‘연기력’에서는 이미 또래들의 선을 뛰어넘었다는 평을 얻고 있는 대세 배우다.
한편, ‘민주화 성지’인 ‘광주’에서 펼쳐지는 서울대 의대생 ‘황희태(이도현 분)’와 광주병원 간호사 ‘김명희(고민시 분)’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얼마나 아름답게 펼쳐질지 기대됨과 동시에 레트로 마니아들이 원하는 80년대에 대한 로망이 얼마나 잘 그려질지도 주목해 볼 일이다.
현재 공개된 ‘트레일러’나 ‘제작기’를 보면 당시 헤어스타일이라고 보기 힘든 어색한 부분들이 간혹 눈에 띄기도 하지만, 미술이나 의상 등 상당히 그 시절의 추억이 베어져 나오고 있는바 기대해도 좋은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레트로 드라마의 지역적 배경이 ‘서울’이나 ‘부산’등에 한정되어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광주’라는 점도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월의 청춘’이 특급 배우진은 아니지만, 진정성 있는 시도로 서서히 주목받는 것과는 달리, 최근 JTBC는 같은 '80년대 민주화 항쟁'이 소재인 멜로드라마 '설강화'를 준비 중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80년 5월의 광주, 87년 6월의 서울로 배경의 디테일은 갈리지만, 공통점 또한 많은 이 두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너무 엇갈리고 있다.
‘오월의 청춘’에 비해 더 많은 물량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진 ‘설강화’ 같은 경우, 주연 여배우가 무려 K-pop 최고 스타인 ‘블랙핑크’의 ‘지수’고 상대 남자 배우 역시 요즘 잘 나가는 ‘정해인’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다 아는 ‘민주화 운동 폄하’ 논란으로 인해 제2의 ‘조선 구마사’가 될지도 모를 사면초가의 상태에 있다. 이미 상당 부분 촬영이 진행된 상태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 현재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드라마 촬영 중지 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한 상태다.
사실, 레트로 마니아들에게는 너무도 귀한 ‘80년대 레트로 드라마’를 볼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를 안타까운 상황이긴 하지만, ‘돈’과 ‘시청률’의 논리보다 더 위에 ‘진정성’이 있다는 새로운 시청자 중심의 ‘패러다임’에 우리 모두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한편, 방송가에 몇 년 만에 ‘80년대’의 바람이 불고 있듯이 극장계에도 올봄 출격 준비 중인 80년대 배경의 작품이 있으니 ‘이장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상업 영화, ‘기적’이다. (제작 블러썸피쳐스,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1988년 설립된 최초의 민자 역사이자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간이역’인 ‘양원역’의 실제 설립 배경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에서 연기파 배우 ‘박정민’과 이제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윤아(소녀시대)’가 주연을 맡아 화제다.
영화 ‘기적’은 길이 없는 마을에 유일한 교통수단인 ‘기차’와 ‘기찻길’에 얽힌 소박하지만 울림이 있는 드라마에 코미디가 잘 버무려진 작품으로, 주인공 ‘준경(박정민 분)’이 마을에 간이역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5월에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으로, 그리고 6월에는 스크린에서 ‘기적’으로 80년대의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최근 ‘역주행’이라는 키워드가 ‘복고’와 맞물려 더욱 시너지를 내며 올 한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레트로’는 거센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때로는 ‘설강화’의 경우처럼 빛도 보기 전에 파선의 안타까움을 겪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방송가에서 ‘90년대’가 여러 가지 소재로 빛을 발하고 있듯이 ‘레트로의 꽃’인 ‘80년대’도 고증의 어려움을 뚫고 ‘응답하라 1988’과 ‘써니’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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