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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마지막 시민 아파트 ‘회현 제2차 시민 아파트’

기획

by RetroT 2023. 6. 1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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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2021년 2월12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짧은 기획-"아파트" 어디까지 알아봤니? Part.3


‘와우산(臥牛山)’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산이 있다.

 

서울시 마포구 서강동에 위치한 작은 뒷산으로, 이곳에는 근현대 서울 발전사중 가장 아픈 상처의 기억이 잠들어 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대까지에 이르러 수도 서울은 급격한 인구증가를 겪게 되며, 엄청난 무허가 판자촌이 생겨나 사회문제화 되기에 이른다. 이에 당시 ‘박정희’대통령은 서울시장인 ‘김현옥’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이에 따라 1968년에 시작된 것이 바로 ‘서울 시민 아파트’건립 계획이었다. 현재 SH공사가 만드는 공공 아파트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 아파트 중 하나였던 와우산 중턱에 자리한 일명 ‘와우 아파트’가 무면허 건설업체의 부실공사로 인해 준공 4개월 만에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1970년 4월 8일 오전, 이 사고로 34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하며 ‘시민 아파트’ 프로젝트는 존폐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회현 시민 아파트 6층 출입구

그리고 이 비운의 사건 한 달 뒤, ‘회현 제2차 시민 아파트’가 준공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회현 아파트는 와우 아파트처럼 산자락에 위치해 있었고, 시민들은 쳐다만 봐도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될 정도로 불안해했다. 당연히 이를 예상한 당시 김현옥 시장 또한 강력한 행정명령으로 안전하게 막바지 공사에 임할 것을 지시했고, 이 때문인지 그 어떤 시민 아파트보다 독특하고 튼튼하게 준공 된 '서울 회현 제2차 시민 아파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현 시민 아파트를 끝으로 서울에서의 ‘시민 아파트’ 프로젝트는 막을 내리게 된다.
또한 ‘김현옥 시장도 와우 아파트 붕괴사고의 책임을 지고 결국 시장직을 내려놓게 된다.

 

올해로 준공 51년,
서울에서 가장 오래 된 아파트중 하나

이처럼 ‘마지막’으로 지어진 ‘회현 제2차 시민 아파트’는 이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서울의 유일한 시민 아파트라는 타이틀로 불리고 있다.
이 아파트를 제외한 당시에 지어진 시민 아파트는 현재 모두 철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준공 51년을 맞이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 된 아파트중 하나인 ‘회현 시민 아파트’

 

이 아파트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ㄷ자 형태의 한 동짜리 건물로 지어졌는데, 이전의 시민 아파트들은 모두 천편일률적인 1자 형태였기에 상당한 주목을 받았고, 서울의 중심인 남산에 위치한 덕에 시민 아파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유명인들이 거주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준공 당시 가구당 11평의 그리 크지 않는 규모로 300여 세대가 입주했다. 그리고 10층이라는 역시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층의 아파트였기에 모든 면에서 주목 받았었다. 또한 산자락에 위치해 있는 특성 때문에 한 쪽 면에는 1층에 출입구가 있고 반대편에는 6층에 출입구가 있고 또 다른 면에는 7층에 출입구가 존재하는 등 입체적인 출입구조를 자랑한다.

그렇게 회현 시민 아파트의 출입구는 이제는 시그네춰가 되어버린 구름다리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처럼 유명한 이 아파트는 당국으로부터 2004년 재난위험시설 D등급으로 분류되면서 ‘철거’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서울의 근현대사적으로서의 의미 때문에 존속 시켜야한다는 의견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던 가운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결국 이 아파트를 리모델링하여 서울의 청년 예술가들의 보금자리로 사용할 것을 결정했다.

회현 시민 아파트 

철거도 존속도 아닌 새로운 운명을 맞이할 서울의 마지막 시민 아파트.
곧 공사가 시작 될 터이지만, 아직도 이 아파트에는 수 십 가구가 생활을 하고 있다.
끝내 이주 보상에 합의하지 않은 주민들은 리모델링 후에도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모습의 이 아파트에서 50년을 살아온 어르신들은, 남산에서 지켜봐온 서울의 반백년을 젊은이들에게 ‘라떼는~’이라면서 복도가 울리게 무용담마냥 읊을 것이다.

전 세계에게 가장 가난했던 시절부터 이제는 한류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로 변해버린 ‘서울’의 반백년을 높은 곳에서 조용히 지켜본 커다란 회색 벽돌은 이제는 많이 지쳤는지 여기저기 껍질을 벗어내며 쉬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회현 시민 아파트

- 이글은 2021년 2월12일에 작성된 '레트로 타임즈'의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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