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유재석, 이효리, 비)’가 90년대 ‘복고 사운드’의 추억을 부활시키며 ‘레트로 음악’이 다시금 대중음악 전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후, 재미있게도 여러 아이돌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건 당연히 월드 스타 BTS의 매머드급 레트로 프로젝트인 ‘다이너마이트’였다. 현재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10억 조회 수를 넘겼고, 그 덕분인지 가요계에는 진하게 ‘레트로 무드’가 맴돌고 있다.
‘BTS’나 ‘싹쓰리’ 같은 초대형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이 주도한 이 복고 음악 유행은 파릇파릇한 ‘걸그룹’들이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후 K팝 걸그룹들은 과연 어떻게 ‘레트로 사운드 & 비주얼’로 세상을 사로잡고 있는지 몇 팀의 예를 살펴보자.
#.브레이브 걸스/운전만해(We Ride) 2020.8
역주행 신화의 주인공 ‘브레이브 걸스’는 작년 8월 사실상 팀 활동의 마지막을 각오한 싱글 ‘운전만해’를 내놨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올해 초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은 ‘롤린’이 대히트, 이른바 ‘역주행 신화’를 만들자 덩달아 ‘운전만해’까지 현재 음원차트 상위권을 누비고 있다.
‘운전만해’는 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음악 스타일인 ‘시티팝’을 표방한 음악장르로 시원한 청량감을 자랑한다. 또한 M/V에도 레트로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80년대를 상징하는 브라운관T.V, 카세트 플레이어 등의 소품 등과 함께 16:9와 4:3 비율을 오가며 레트로를 지향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영상에 Lo-Fi 필터링을 걸어서 전체적으로 픽셀감이 두드러지며 색감도 빈티지한 특징을 보이는 등, 저예산으로 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레트로 M/V를 보여주었다.
현재 대세 걸그룹의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곡 ‘운전만해’는 다가오는 여름을 위한 ‘드라이브 넘버’로도 손색없다.
#. 우주소녀 쪼꼬미/흥칫뿡 2020.10
기존의 중국 멤버가 빠지고 현재는 국내 멤버 10인 체제로 오히려 예전보다 더 큰 인기 가도를 달리는 ‘우주소녀’의 유닛 ‘쪼꼬미’는 ‘레트로’라는 단어보다는 ‘복고’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더 잘 어울리는 콘셉트로 작년 가을 ‘흥칫뿡’을 발표했다.
‘흥칫뿡’은 장르적으로는 ‘디스코’와 ‘트로트’를 합친 한국적? 디스코 팝이다. 진지하게 음악적 성과를 노린 곡은 아니기 때문에 영상의 재미와 이슈의 성과가 더 중요한 곡이다.
M/V는 흔히들 말하는 ‘뉴트로’에 맞추어져 있다. 근래 걸그룹 중에서 가장 비비드 한 색감이 돋보이는 영상으로 ‘빈티지함’은 전혀 없는 ‘뉴트로’ 콘셉트이다. 의상은 70년대 디스코 스타일이 많이 보이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80년대를 조준하고 있다. 개그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 굳이 레트로라는 카테고리에 가두지 않아도 될 재미있는 M/V다.
#. 여자친구/마고(Mago) 2020.11
최근 7년이라는 마의 선을 넘지 못하고 ‘해체’가 공식화된 메이저 걸그룹 ‘여자친구’가 작년 겨울 선보인 ‘마고’는 ‘70년대’와 ‘디스코’를 장착하고 등장해 온갖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다.
음악 자체는 80년대 ‘신스팝’과 70년대 ‘디스코’가 혼합된 느낌이 강하지만, M/V에는 70년대 디스코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다. 앞서 언급한 ‘브레이브 걸스-운전만해’처럼 4:3 비율로 대놓고 확실한 레트로를 표방했고 70년대 디스코의 상징인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커다란 미러볼과 반짝이 의상, 나팔바지 등, 시대의 특징적인 비주얼 아이템들이 잘 녹아있다.
또한 이 곡은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에 차트인 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로켓펀치/링링(Ring Ring) 2021.5
프로듀스48 출신의 일본 멤버 ‘쥬리’가 합류해서 큰 화제를 모았던 ‘울림Ent’의 차세대 걸그룹 ‘로켓펀치’가 지난 17일 제대로 각 잡고 ‘레트로 콘셉트’로 무장한 신곡 영상을 공개했다.
신곡 ‘링링’은 전주를 몇 초만 들어봐도 80년대 ‘신스팝’의 향수가 물씬 뿜어져 나온다. A-ha, Duran Duran, Wham 같은 80년대 MTV-팝의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가수들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번 ‘로켓펀치’의 신곡은 작년에 이어 ‘레트로 유행’을 제대로 이어갈 ‘적자’로 손꼽을만하다.
특히 M/V 영상의 레트로함은 중독성이 강해서 자꾸만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작년 ‘싹쓰리’가 지향했던 ‘90년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부분의 레트로 영상의 중심은 7080이다. 그리고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걸그룹을 포함해 대다수의 뮤지션들도 ‘레트로 콘셉트’를 7080으로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걸그룹들 중에서 ‘로켓펀치’의 ‘링링’이 가장 7080의 균형미를 잘 맞춘 느낌이다. 너무 오버하지 않는 ‘비비드’함과 적당한 ‘빈티지함’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또한 깨알 레트로 소품의 구성도 알차다.
‘링링’은 작정하고 올여름, 레트로 유행을 선도하겠다는 각오가 드러나는 멋진 '레트로 팝'이다.
이 밖에도 ‘트와이스’나 ‘에버글로우’같은 경우, 영상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음악적으로는 80년대 복고 사운드를 표방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걸그룹은 아니지만 ‘아이유’도 레트로 영향이 짙은 곡을 발표하였고, 지난해 가을 ‘마마무’가 발표한 ‘딩가딩가’도 레트로 펑키 그루브와 비주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이달 10일 공개된 대세의 걸그룹 ‘오마이걸’의 신곡이 레트로 콘셉트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처럼 작년에 비해 물량적으로는 ‘레트로 M/V’가 약간 줄기는 했지만, 올해도 ‘복고 유행’은 죽지 않고 조용히 여기저기 번져 가고 있다. 또한 대중들이 잘 모르는 , 인디즈와 솔로 뮤지션들의 레트로 콘셉트 신곡 발표도 소리 소문 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매력적인 것들이 나타나더라도
‘레트로’의‘힙(Hip)’은 도무지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로켓펀치’처럼 대놓고 ‘레트로/뉴트로’를 표방하기도 하지만, 사실 ‘레트로’는 크게 티 나지 않게 지속적으로 음악과 영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1년의 남은 한 해 동안도 얼마나 많은 ‘레트로 콘셉트’ 음악/영상들이 등장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한때의 반짝 유행으로 끝나기에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억'과 '음악'이 가지는 지분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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